김상호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얼굴을 보면 “아, 그 배우!”라고 말하게 되는 대표적인 배우다. 자연스러운 말투, 살아있는 표정,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 연기. 그는 주연이 아니어도 언제나 극에 온기를 더하고 무게를 실어주는 배우다. 오랜 무명과 단역을 지나 지금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김상호는 배우로서 살아온 시간이 곧 연기의 진심이 된 사람이다.

1. 무대에서 시작된 연기의 뿌리
김상호는 1990년대 초반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으로, 연극과 뮤지컬을 오가며 감정의 뿌리를 다지고 리듬을 익혔다. 이후 영화에 첫 발을 들인 것은 2000년대 초반이었고, 《공공의 적》, 《범죄의 재구성》, 《실미도》 등 굵직한 작품에서 짧지만 인상적인 연기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 시기 김상호는 '언제 봤더라?' 싶은 배우였지만,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도 ‘믿고 보는 조연’이라는 별칭이 붙기 시작했다. 그는 감정의 과잉 없이도, 생활 속 인물을 설득력 있게 만들어내는 탁월한 연기력을 가졌다. 김상호가 무대에서 길러낸 집중력과 기본기가 스크린 속 ‘살아 있는 인물’로 자연스럽게 옮겨진 결과였다. 그의 연기는 언제나 지나침 없이,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게 다가온다.
2. 영화 속 김상호, 다채로운 얼굴의 조연
김상호는 영화 속에서 정말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친근한 동네 아저씨, 정 많은 형사, 억울한 시민, 소심한 공무원, 웃픈 인생의 조연까지 그가 맡아온 캐릭터는 우리 주변 어딘가에 존재할 법한 인물들이다. 그는 사람을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온도와 리듬으로 표현한다. 대표작으로는 《타짜》, 《7번 방의 선물》, 《도가니》, 《부산행》, 《검사외전》, 《택시운전사》 등이 있으며 그 안에서 김상호는 늘 감정을 흐르듯 쌓아올리는 연기를 선보인다. 특히 《7번방의 선물》에서의 형사 역할은 코믹함과 인간미를 동시에 보여주며 많은 관객에게 인상 깊게 남았다. 또한 《도가니》에서는 잔인한 현실 속 무력한 어른의 역할을 통해 분노와 슬픔을 동시에 끌어낸 바 있다. 김상호의 연기는 화려하지 않지만, 깊고 넓다. 그래서 그는 어떤 작품에서도 빠질 수 없는 퍼즐 한 조각이 된다.
3. 드라마 속 김상호, 현실을 말하다
김상호는 드라마에서도 꾸준히 활약해 왔다. 특히 《미생》에서의 차장 역할은 많은 직장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억울한 일 앞에서 화도 못 내는 현실적인 직장인의 모습을 웃프게, 그러나 진심으로 표현해 공감을 자아냈다. 이후 《시그널》, 《라이브》, 《슬기로운 의사생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마당이 있는 집》, 《트롤리》 등 수많은 작품에서 그는 진중하거나 위트 있는 중년의 캐릭터로 등장했다. 그가 연기하는 인물은 종종 불완전하지만, 그래서 더 인간적이다. 드라마 속 김상호는 선악의 경계를 흐리는 인물을 현실적으로 풀어낸다. 그는 항상 힘이 없는 사람들을 대변하거나,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담아낸다. 이런 연기는 시청자에게 위로를 주기도 하고, 때로는 현실의 불편함을 직시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만큼 김상호의 연기는 극의 흐름을 바꾸는 무게감을 지닌다.
4. 지금의 김상호, 그리고 앞으로
김상호는 최근에도 다양한 작품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넷플릭스, 디즈니+, 웨이브, 쿠팡플레이 등 OTT 플랫폼에서도 활약하며 글로벌 시청자들에게도 얼굴을 알리고 있다. 그는 여전히 조연이지만, 어떤 작품에서도 빠질 수 없는 중심축이다. 최근 출연작인 《트롤리》,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마당이 있는 집》 등에서 그는 서사의 변화를 주는 캐릭터로 연기의 깊이를 보여줬다. 또한 그는 늘 작품 전체의 조화를 생각하며 연기하는 배우다. 인터뷰에서 김상호는 “내 연기로 인해 누군가가 더 돋보일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 말한다. 이 말처럼 그는 자신을 앞세우지 않지만, 결국엔 모든 장면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배우다. 김상호는 스포트라이트보다도, 꾸준함과 진심으로 배우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앞으로도 그는 우리 드라마와 영화의 곳곳에서 삶의 단면을 말하는 진짜 사람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