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선호는 늦은 데뷔와 조용한 시작을 가졌지만, 짧은 시간 안에 깊고 진심 어린 연기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웃는 얼굴 뒤에 깊은 감정을 담을 줄 알고, 섬세한 대사 톤으로 인물의 심리를 천천히 끌어내는 그는 속도를 내지 않고 묵묵히 진심을 쌓아온 배우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결코 화려하지만은 않지만, 한 작품, 한 역할에 담긴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1. 연극 무대에서 쌓아온 기본기
김선호는 연극배우로 시작한 인물이다. 2009년 연극 《뉴보잉보잉》을 시작으로 《옥탑방 고양이》, 《클로저》, 《망원동 브라더스》, 《트루웨스트》 등 수많은 무대에서 호흡, 감정, 공간을 다루는 법을 익혔다. 연극은 관객과의 거리감이 없기 때문에 작은 감정도 크게, 진심으로 전달해야만 한다. 김선호는 그 시간을 통해 감정의 세기보다 정확한 방향과 온도를 찾는 법을 배웠고, 이는 그가 드라마에 진출한 후 남들과 다른 ‘공감 연기’의 기반이 되었다. 그의 연극 시절은 단지 시작점이 아니라, 현재 그의 깊이를 만드는 시간들이었다.
2. 브라운관의 늦깎이 스타
김선호가 드라마에서 처음 얼굴을 알린 것은 2017년 KBS 드라마 《김 과장》이다. 당시 그는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차분한 연기와 눈에 띄는 안정감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투깝스》, 《백일의 낭군님》, 《유령을 잡아라》 등에서 조연과 주연을 오가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그리고 2020년 《스타트업》에서의 한지평 역은 그의 이름을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시킨 대표작이 되었다. 한지평은 겉으로는 냉정하고 완벽하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따뜻하고 여린 인물이었다. 김선호는 이 인물을 과장 없이, 감정을 꾹꾹 눌러 담으며 표현했고, 시청자들은 그 감정선에 크게 공감했다. 그의 연기는 드라마보다 먼저 사람을 이해하는 방식을 닮아 있다.
3. 따뜻한 얼굴 뒤의 깊은 내면
김선호의 가장 큰 장점은 부드러운 외모와는 다른, 깊은 감정의 내면을 품고 있는 연기다.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서의 홍두식은 겉으로는 누구에게나 친절한 만능 해결사지만, 내면에는 말 못 할 상처와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인물이었다. 김선호는 이 인물을 그저 밝은 이미지로 소비하지 않고, 숨겨진 아픔과 고독을 서서히 꺼내 보이며 드라마의 밀도를 높였다. 그는 대사 한 줄에도 감정을 실어내고, 눈빛 하나로 인물의 감정을 전달하는 능력을 지녔다. 특히 연극을 오래 한 배우답게 대사보다 더 강한 ‘정적의 연기’가 가능한 것이 그의 큰 무기다. 그래서 김선호의 인물들은 언제나 현실감 있고, 어딘가에 정말 존재할 것 같은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4. 공백과 복귀, 그리고 지금의 김선호
2021년, 개인적인 이슈로 인해 김선호는 한동안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당시 큰 인기를 얻고 있던 시기였기에, 공백은 그의 커리어에 큰 변수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후 진실이 다각도로 드러났고, 김선호는 묵묵히 책임감 있게 시간을 보내며 다시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2023년 연극 《터칭 더 보이드》를 통해 무대로 복귀했고, 영화 《슬픈 열대》와 2024년 신작 《폭싹 속았어요》에서도 새로운 얼굴로 관객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속도를 내지 않되, 방향을 잃지 않는 배우"라고 말한다. 지금의 김선호는 더 단단해졌고, 이제야 비로소 그의 연기가 더 멀리 퍼질 수 있는 시점에 도달했다. 앞으로 김선호가 걸어갈 길은, 아마 더 조용하고, 더 묵직할 것이다. 그리고 그건 그가 가장 잘하는 방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