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의성은 단 한 장면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길 줄 아는 배우다. 그의 연기에는 현실의 씁쓸함과 인간의 이면이 녹아 있으며, 어떤 캐릭터든 말과 표정, 눈빛 하나로 설득력을 부여한다. 무대에서 시작해 스크린과 드라마까지 30년 넘게 활약해온 김의성. 그의 존재는 ‘연기 잘하는 배우’ 이상의 이야기를 움직이는 축이다.

1. 연극 무대에서 시작된 단단한 연기 뿌리
김의성은 1990년대 초반부터 연극 무대에서 활동을 시작한 정통파 연기자다. 서울대학교 미학과 출신이라는 이색적인 이력과 함께, 대학로에서 다양한 연극 작품에 참여하며 감정과 움직임의 흐름을 체득했다. 초기에는 영화보다는 연극과 독립영화 중심으로 활동했지만, 그의 날카로운 마스크와 절제된 감정 표현은 점차 장르 불문 다양한 캐릭터에 적합한 배우로 주목받게 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상업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그의 연기를 접할 수 있었고, 《미생》, 《시그널》, 《왕이 된 남자》, 《검사내전》 등 굵직한 작품에서 그는 주연급 못지않은 존재감을 발휘하며 시청자들에게 ‘씬 스틸러’로 자리 잡았다. 연극에서 다져진 집중력은 카메라 앞에서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는 늘 인물의 맥락과 대사의 구조를 이해한 상태에서 정확하게 타이밍을 잡는 배우다. 그래서 김의성이 등장하는 장면은 늘 긴장과 기대가 공존하는 순간이 된다.
2. 선과 악, 이성과 광기를 넘나드는 폭넓은 연기
김의성의 가장 큰 무기는 넓은 스펙트럼이다. 한 작품에서는 차분하고 이성적인 검사로, 또 다른 작품에서는 인간의 탐욕과 광기를 드러내는 악역으로 변신한다. 그는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닌, 인물 내부의 모순과 갈등을 입체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배우다. 대표작 《부산행》에서는 탐욕과 공포에 사로잡힌 생존자 캐릭터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고, 《시그널》에서는 냉철하면서도 이면이 있는 경찰 간부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는 욕망의 끝을 달리는 인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의 연기는 직선적이지 않다. 항상 한 겹, 두 겹의 감정이 겹쳐져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들고, 감정을 따라가게 만든다. 김의성은 캐릭터를 완전히 ‘자신화’하는 배우가 아니라, 캐릭터와 배우 사이의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몰입하게 만드는 균형감각을 갖고 있다. 이 덕분에 그는 어느 극에서도 무게 중심을 잃지 않는 연기자로 평가받는다.
3. 말보다 시선으로 이야기하는 배우
김의성은 대사보다 눈빛과 정적인 움직임으로 말하는 배우다. 그의 눈빛은 종종 차갑고 위협적이지만, 때로는 공허하고 아프다. 특히 영화 《내부자들》, 《불한당》, 《남산의 부장들》 등에서 보여준 정치 권력자나 조직 인물의 표현은,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현실적 공포와 설득력을 동반했다. 그는 과도하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절제와 정적을 통해 감정의 무게를 증폭시킨다. 이는 연극 무대에서의 습관이기도 하며, 카메라가 클로즈업 될 때 배우의 얼굴이 얼마나 많은 서사를 말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김의성은 또한 ‘한 줄 대사를 어떻게 말하느냐’에 대한 집착이 강한 배우다. 인터뷰에서 “가장 단순한 대사일수록, 그 인물의 진심이 드러나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 그의 연기는 늘 무언가를 말하고, 동시에 말하지 않는다. 그 모순과 절제 속에서 진짜 인간의 복잡성이 느껴진다.
4. 지금의 김의성, 그리고 연기 그 너머의 영향력
김의성은 최근 들어 배우 외에도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문화인으로서도 주목받고 있다.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대해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몇 안 되는 배우로, 예능 프로그램이나 SNS를 통해 대중과 직접적인 소통을 하며 ‘생각하는 배우’, ‘말할 줄 아는 배우’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이 연기에 방해되기보다, 오히려 김의성이 표현하는 인물에 깊이와 무게를 더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디즈니+, 웨이브 등 다양한 OTT 플랫폼에서 다시 한번 캐릭터 중심의 연기를 선보이며 세대를 초월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D.P.》, 《모범택시》, 《무빙》, 《카지노》, 《악귀》 등 굵직한 작품에서 그는 여전히 단단한 존재감으로 극의 균형을 잡아준다. 김의성은 단지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아니라, 현실을 담고, 인간을 들여다보는 방식 자체가 연기인 배우다. 그의 연기가 계속 보고 싶은 이유는, 그 안에 삶의 여러 층위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