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라미란은 한 장면에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고, 다음 장면에선 눈시울을 붉히게 만드는 배우다. 그녀의 연기엔 생활의 무게, 사람의 온기, 그리고 현실감 있는 감정선이 녹아 있다. 드라마, 영화, 예능, 무대까지 종횡무진하며 ‘믿고 보는 배우’가 된 라미란. 그녀의 커리어는 단지 성공의 기록이 아니라, 자신을 증명해온 사람의 이야기다.

1. 무명과 단역의 시간, 잊히지 않는 존재감
라미란은 비교적 늦은 나이인 2005년, 영화 《친절한 금자씨》로 데뷔했다. 당시엔 이름 없는 단역이었지만, 짧은 분량 속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배우로 업계에서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타짜》, 《박쥐》, 《마더》, 《방자전》 등 작품 속 ‘주변 인물’ 역할을 소화하면서 관객의 기억에 “그 장면에 나왔던 배우”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녀는 단순히 웃긴 역할이 아니라, 진짜 사람 같은 인물을 표현하는 데 강했다. 말투, 억양, 손짓, 표정 하나하나가 현실 그대로였기에, 사람들의 마음에 스며들 수 있었던 것이다. 20대가 아닌, 30대 중반부터 시작된 배우 인생. 하지만 라미란은 포기하지 않았고, 한 작품 한 작품을 통해 ‘단역 전문 배우’에서 ‘장면을 움직이는 연기자’로 성장했다. 그리고 이 시기의 경험은 훗날 주연 배우로 성장하는 데 깊은 밑거름이 된다.
2. 장르와 역할을 뛰어넘는 진짜 연기력
라미란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장르와 캐릭터가 경계 없이 다양하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는 가족의 든든한 엄마로, 《부암동 복수자들》, 《블랙독》, 《정이》, 《내과 박원장》 등에서는 코믹과 진중함을 오가는 인물로 현실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감정선을 보여준다. 영화 《걸캅스》, 《정직한 후보》, 《내 안의 그놈》, 《하이힐》 등에서도 그녀는 여성 캐릭터의 강인함과 약함, 사회적 목소리와 감정의 결을 모두 드러내며 여성 중심 서사의 가능성을 입증한 배우로 평가받는다. 특히 라미란의 연기는 대사보다 리액션과 감정의 흐름에서 더 빛난다. 감정을 쌓아올리는 방식이 무척 자연스러워서, 어느 순간 시청자는 그 인물을 ‘연기’가 아닌 ‘사람’처럼 느끼게 된다. 이러한 자연스러움은 라미란 특유의 생활 밀착형 감각과 유연한 감정 조절 능력에서 비롯된다.
3. 예능 속 라미란, 사람으로서의 매력
라미란은 예능에서도 큰 사랑을 받는 몇 안 되는 배우다. 《언니들의 슬램덩크》, 《삼시세끼》, 《놀면 뭐하니》, 《유 퀴즈 온 더 블럭》 등에서 그녀는 배우가 아닌 ‘사람 라미란’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며 시청자에게 웃음과 공감, 위로를 동시에 주는 존재가 됐다. 특히 여성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진짜 현실적인 언니 같다”, “내 얘기를 대신 해주는 사람 같다”는 반응이 많다. 예능에서 보여준 그녀의 성격은 연기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된다. 정형화된 캐릭터가 아니라, 결정에 흔들리고, 후회하고, 다시 다짐하는 진짜 사람의 모습을 표현해내는 배우. 그리고 그런 감정은 관객에게 더 큰 몰입과 위로로 돌아온다. 라미란은 웃기려고 애쓰지 않고, 울리려고 작위적인 장면을 만들지 않는다. 그녀는 그저 자신을 담백하게 드러냄으로써, 더 큰 감정의 울림을 만들어낸다.
4. 지금의 라미란, 주연 그 이상의 무게
2020년대에 들어서 라미란은 더 이상 ‘믿고 보는 조연’이 아닌, 작품을 이끄는 중심축이자 주연 배우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정직한 후보》 시리즈, 《시민 덕희》, 《내과 박원장》, 《마당이 있는 집》 등에서 그녀는 자신만의 리듬과 감정선으로 작품의 주제를 끌고 간다. 또한 연기 외에도 대중문화 안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역할을 계속해서 해내고 있으며, 후배 배우들에게도 “현장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선배”로 꼽힌다. 라미란은 인터뷰에서 “이제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다”고 말한다. 이 말은 단순히 역할의 크기나 유명세가 아닌, 작품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에 닿는 무언가’를 남기고 싶다는 진심이다. 라미란의 연기는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의 마음을 웃기고 울릴 것이다. 그건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살아낸 시간이 만들어낸 무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