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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범수 -연기력으로 증명하는 그의 필모그래피

by 도도파파1120 2026. 1. 5.

먼저 한 가지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인천상륙작전, 신의 한 수, 음란서생, 고사: 피의 중간고사에 실제로 출연한 배우는 ‘김범수’가 아니라 ‘이범수’다. 네 작품 모두에서 중심축을 맡고 있는 사람은 배우 이범수이기 때문에, 사실을 기준으로 이 글 역시 배우 이범수를 중심으로 정리한다. 이름 하나 차이지만, 출연 여부와 필모그래피에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범수는 데뷔 초반부터 강한 개성을 가진 조연으로 이름을 알렸고, 점점 필모를 쌓아 가면서 어느 순간부터 “나오면 일단 믿고 보는 배우”라는 평가를 듣게 됐다. 사극부터 첩보 액션, 스릴러, 범죄 오락물, 공포물까지 장르의 폭도 넓고, 맡는 역할의 스펙트럼도 꽤 넓은 편이다. 그 가운데 인천상륙작전, 신의 한 수, 음란서생, 고사: 피의 중간고사는 배우 이범수의 얼굴을 가장 또렷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출처-나무위키

1. 인천상륙작전 – 전쟁 영화 속, 긴장감을 책임진 북측 장교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한국전쟁 당시 실제로 실행된 작전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다. 맥아더 장군이 지휘한 인천상륙작전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첩보 작전과 현장 전투를 섞어 상업 영화의 문법으로 재구성했다. 이정재가 남측 정보요원을, 리암 니슨이 맥아더를 맡았다면, 그 반대편에서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축은 바로 이범수가 맡은 북측 군인 캐릭터다.

이범수가 연기한 인물은 전형적인 악당으로 소비되지 않는다. 단순히 ‘나쁜 쪽’의 지휘관이라기보다는, 자신이 믿는 체제와 명령에 충실한 군인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내리는 결정 하나하나가 더 무겁게 느껴진다. 이범수는 특유의 차갑고도 절제된 말투와 눈빛으로, 전쟁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장된 분노 대신 “끝까지 물러서지 않겠다는 집요함”을 보여준다.

인천상륙작전은 대규모 전투 장면과 폭발, 함선과 병력이 등장하는 전형적인 전쟁 영화의 외형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 긴장감을 만들어 내는 건 인물들의 선택이다. 이범수의 캐릭터는 그 선택의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이다. 남측 정보요원과 마주 보는 장면, 작전의 흐름을 눈치채고 대응책을 내놓는 순간마다 그의 존재감은 화면을 묵직하게 만든다. 덕분에 영화 속 전쟁 구도는 선악의 단순한 대결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신념과 명령이 부딪히는 전장으로 보이게 된다.

2. 신의 한 수 – 바둑판 위 세계에서 드러나는 묵직한 카리스마

신의 한 수는 바둑을 소재로 한 범죄 액션 영화다. 단순한 스포츠 영화가 아니라,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돈과 목숨이 오가는 세계를 그린 이야기다. 정우성이 중심에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가운데, 이범수는 바둑판 주변을 지배하는 캐릭터로 등장해 긴장감을 또 한 번 높인다.

이범수가 맡은 인물은 바둑을 잘 두는 사람을 넘어, 그 판을 이용해 사람들을 움직이는 쪽에 가까운 인물이다. 겉으로는 예의를 갖추고 웃음을 보이지만, 실제로는 판 전체를 내려다보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준다. 이범수의 장점은 바로 이런 이중적인 얼굴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데 있다. 대사를 크게 치지 않고도, 앉아 있는 자세와 상대를 바라보는 시선만으로 이 캐릭터가 “이 바닥에서 오래 버텨온 사람”이라는 걸 설득시키는 것이다.

신의 한 수는 여러 캐릭터가 각자의 개성을 뽐내는 영화다. 그 속에서 이범수는 과도하게 튀지 않으면서도, 선이 굵은 연기로 중심을 잡는다. 묵직한 목소리와 느린 말투, 판을 읽고 계산을 끝낸 사람의 여유까지 더해져, 그가 등장하는 장면은 자연스럽게 다른 장면과 온도가 달라진다. 관객 입장에서는 “이 인물이 나왔다는 건 이제 진짜 승부가 시작되는구나”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3. 음란서생 – 사극 속에서 빛난 생활 연기의 힘

음란서생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금기시되던 ‘야한 소설’을 둘러싼 사건을 다룬 사극이다. 한석규와 김민정이 중심에서 서사를 끌고 가는 가운데, 이범수는 극의 톤을 바꾸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시대 배경은 사극이지만, 이야기의 분위기와 인물들의 말투에는 상당히 현대적인 웃음 코드가 섞여 있다.

이범수가 맡은 인물은 주인공과 얽히며 사건의 실마리를 만들기도 하고, 중간중간 상황을 한 번씩 비틀어 주는 역할을 한다. 사극 특유의 어투와 예법을 지키면서도, 어딘가 오늘날의 사람들처럼 툭툭 내뱉는 대사와 표정 덕분에 관객은 “조선 시대에도 저런 사람은 분명 있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음란서생에서 눈에 띄는 건, 이범수의 리듬감이다. 한 템포 빠르게 반응해야 웃음이 살아나는 장면에서도 타이밍을 거의 놓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코미디에만 올인하지도 않는다. 상황이 위태로워지는 지점에서는 다시 눈빛을 낮추고 사건의 심각함을 드러낸다. 이 두 가지 톤 사이를 무리 없이 오가는 연기가, 이 영화에서 이범수가 맡은 캐릭터를 더 입체적으로 만든다.

4. 고사: 피의 중간고사 – 공포물에서도 살아나는 현실감

고사: 피의 중간고사는 학교를 배경으로 한 한국식 공포 영화다. 중간고사를 앞두고, 특정 반 학생들이 정체 모를 존재에 의해 하나둘씩 위협을 받는 이야기로, 당시 10대·20대 관객층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범수는 이 작품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 등장해, 교실과 학교라는 공간의 분위기를 단단하게 잡아준다.

공포 영화에서 어른 캐릭터는 자칫하면 기능적인 역할에만 머무르기 쉽다. 하지만 이범수가 연기한 교사는 단순한 배경 인물이 아니다.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 시험과 성적에 집착하는 모습, 무언가 숨기고 있는 듯한 표정이 어우러져, 관객이 끝까지 의심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캐릭터가 된다.

고사: 피의 중간고사 속 이범수의 연기는 “학교 공포물”이라는 장르 안에서도 현실감을 잃지 않는다. 실제 학교 현장에 있을 법한 선생님의 권위와 피로, 그리고 극단적인 상황에 놓였을 때 드러나는 인간적인 면까지 함께 표현해 냈다. 이 덕분에 영화가 단순한 자극적인 공포물에 그치지 않고, 인물들의 관계와 감정에 집중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5. 네 작품으로 정리해 보는 배우 이범수의 결

인천상륙작전에서의 북측 장교, 신의 한 수에서 바둑판 주변을 움직이는 캐릭터, 음란서생 속 사극의 생활형 인물, 고사: 피의 중간고사의 교사까지. 이 네 작품만 놓고 봐도, 이범수는 한 가지 이미지에 갇혀 있는 배우가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하다.

그의 연기에는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 우선, 역할의 크기에 상관없이 인물을 ‘진짜 사람’으로 보이게 만든다는 점이다. 악역이든, 조력자든, 주연이든, 과장된 제스처보다 눈빛과 말투, 호흡으로 캐릭터를 채운다. 그래서 이범수가 등장하는 장면은 언제나 조금 다른 무게를 가진다. 차분하게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관객은 “이 사람이 이 판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자연스럽게 궁금해하게 된다.

또 하나는 장르를 가리지 않는 안정감이다. 사극, 첩보 액션, 범죄 오락물, 공포물까지 완전히 다른 톤의 작품들에서도, 이범수는 자신의 연기 톤을 과하게 흔들지 않는다. 대신 각 장르에 맞는 디테일을 더해, 기본적으로 믿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은 “이범수가 나오면 적어도 인물 하나는 확실히 기억에 남는다”는 신뢰를 갖게 된다.

앞으로도 이범수가 어떤 장르와 캐릭터를 선택할지 알 수는 없지만, 인천상륙작전, 신의 한 수, 음란서생, 고사: 피의 중간고사는 그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쌓아 왔는지를 잘 보여주는 이정표 같은 작품들이다. 그리고 이 작품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름 세 글자만으로도, 한 인물의 무게를 충분히 기대하게 만드는 배우라는 것. 그것이 바로 배우 이범수,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