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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하정우, 한국 영화 흥행 역사를 이끈 얼굴들 – <추격자>부터 <신과함께>까지

by 도도파파1120 2025. 12. 30.

하정우는 이제 “충무로 대표 배우”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름이 되었다. 한때는 낯선 얼굴의 신인이었지만, <추격자>, <국가대표>,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암살>, <신과 함께> 시리즈까지, 장르와 캐릭터를 가리지 않고 활약하며 한국 영화 흥행의 중심에 서 온 배우다. 이 작품들을 차례로 놓고 보면, 한 배우가 얼마나 넓은 폭으로 관객을 설득할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 글에서는 하정우가 실제로 출연해 강한 인상을 남긴 대표작들 가운데, <추격자>, <국가대표>,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암살>, <신과함께> 시리즈를 중심으로 그의 연기 스타일과 필모그래피의 흐름을 정리해본다. 출연하지 않은 작품을 끼워 넣거나, 존재하지 않는 배역을 만드는 대신, 이미 많은 관객이 알고 있는 영화 속 하정우의 얼굴을 사실에 기반해 자연스럽게 풀어보려 한다.

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덱스터스튜디오

1. <추격자> – 연쇄살인마 지영민, 한국 스릴러의 한 기준을 만들다

하정우의 이름을 강하게 각인시킨 작품을 꼽으라면, 많은 관객이 2008년 영화 <추격자>를 떠올릴 것이다. 이 영화에서 그는 연쇄살인마 지영민을 연기했다. 흔히 스릴러 장르에서 연쇄살인범은 과장된 광기나 잔혹함으로만 그려지기 쉬운데, 하정우의 지영민은 오히려 너무나 덤덤해서 더 섬뜩한 캐릭터다.

지영민은 경찰에 붙잡혀서도 태연하게 대답하고, 자신의 범죄를 숨기려는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무심하게 행동한다. 하정우는 힘을 거의 주지 않은 말투, 대책 없어 보이는 표정, 무심하게 씻고, 먹고, 걸어 다니는 행동만으로도 이 인물의 기이함을 드러낸다. 이 덤덤함이 오히려 극 전체의 긴장감을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이 된다.

<추격자> 이후 하정우는 “악역을 너무 잘하는 배우”라는 이미지로만 남지 않았다. 오히려 이 작품을 통해, 관객이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힘을 지닌 배우라는 점이 증명되었다. 이후 필모를 보면 알겠지만, 그는 한쪽 이미지에 갇히기보다는 이 작품을 발판 삼아 다양한 장르로 몸을 넓혀갔다.

2. <국가대표> – 비겁한 사기꾼에서 팀 리더가 되기까지

<추격자>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스포츠 영화 <국가대표>는 하정우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 작품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스키점프 대표팀의 중심 인물 차헌태를 연기한다. 처음에는 ‘국가대표’라는 말과 거리가 먼, 있는 대로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사기꾼 같은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조금씩 팀원들과 함께 변화해가는 인물이다.

<국가대표>는 실제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스포츠 영화 특유의 성장 서사를 중심에 두고 있다. 하정우의 차헌태는 처음에는 팀을 이용하려 드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점점 책임감을 느끼고 “함께 뛰어야 하는 이유”를 깨닫는 사람으로 변한다. 그 변화 과정이 과장되지 않고 설득력 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하정우 특유의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 덕분이다.

그는 뻔한 감동 연기를 선택하지 않는다. 훈련 장면에서 투덜거리다가도, 막상 점프대에 서면 눈빛이 달라지는 식이다. 이 작은 변화들이 쌓이면서, 관객은 어느새 이 사기꾼 같은 인물을 응원하게 된다. <국가대표>는 하정우가 “무거운 역할만 잘하는 배우”가 아니라, 유머와 진심을 적절히 섞어낼 수 있는 배우라는 점을 보여준 중요한 작품이다.

3.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 시대의 욕망을 몸으로 보여준 최형배

2012년 개봉한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 하정우는 조직 보스 최형배 역으로 출연했다. 이 영화의 중심은 사실상 최민식이 맡은 공무원 최익현이라는 인물이지만, 하정우가 연기한 최형배는 그와 대척점에 서 있는 새로운 세대의 상징 같은 존재다.

최형배는 대놓고 폭력을 행사하는 조직폭력배이면서도, 돈과 권력을 얻는 방식에 있어서는 나름의 감각과 야망을 가진 인물이다. 하정우는 이 캐릭터를 단순한 ‘조폭 두목’처럼 연기하지 않는다. 말을 아끼면서도 상대를 날카롭게 바라보는 눈, 겉으로는 공손한 태도와 안에 숨은 공격성, 그 미묘한 균형을 잡아내는 것이 인상적이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하정우는, 역사의 한 시기에 등장한 새로운 권력의 얼굴을 몸으로 보여준다. 말단 공무원으로 시작해 시대의 흐름에 휩쓸리는 최익현과 달리, 최형배는 그 흐름을 이용해 올라서려는 인물이다. 두 사람이 부딪히는 장면에서는, 배우들의 연기 호흡은 물론이고, 서로 다른 세대와 방식이 충돌하는 장면을 보는 듯한 긴장감도 느껴진다.

4. <암살> – 하와이 피스톨, 무거운 시대 속 가장 자유로운 얼굴

<암살>(2015)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독립운동 영화로, 여러 인물이 얽혀 있는 군상극에 가깝다. 그 안에서 하정우는 저격수 하와이 피스톨 역을 맡았다. 이 역할은 영화의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어 주는 완충 장치이자, 결정적인 순간에 서사를 밀어붙이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하와이 피스톨은 기본적으로 직업 의식을 가진 청부업자다. 돈을 받고 일을 처리하지만, 시대와 사람을 겪으면서 점점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 인물이다. 하정우는 이 캐릭터를 능청스러운 유머와 동시에, 결국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려는 사람으로 입체감 있게 완성한다.

특히 <암살>에서 좋은 점은, 하정우가 웃기는 데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담을 주고받는 장면에서는 극의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다가도, 총을 쥔 채 방향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는 눈빛이 완전히 달라진다. 관객은 자연스럽게 “이 인물이 결국 어떤 선택을 내릴까”에 집중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하정우의 연기 폭이 한 번 더 확인된다.

5. <신과함께> 시리즈 – 대중성과 연기력을 함께 증명한 강림도령

<신과함께 – 죄와 벌>(2017), <신과 함께 – 인과 연>(2018)은 한국 영화 시리즈 중에서도 손꼽히는 흥행작이다. 하정우는 이 두 편에서 저승차사이자 변론을 이끄는 인물 강림을 연기했다. 판타지 설정이 강한 작품이지만, 결국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캐릭터의 감정선이다.

강림은 처음에는 다소 무심한 듯, 규칙에 충실한 담당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러 망자를 변론하고, 함께 다니며 그들의 삶을 듣게 되면서 조금씩 표정과 태도가 달라진다. 하정우는 큰 감정의 폭발보다는, 조금씩 쌓여가는 동요와 연민을 눈빛과 말투의 변화로 표현한다.

이 시리즈에서 하정우가 맡은 역할은 관객에게 “안내자”에 가까운 존재다. 관객은 강림을 따라 지옥과 재판, 환생의 과정을 구경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캐릭터가 너무 무겁거나, 반대로 너무 가볍게만 그려져도 이야기의 균형이 틀어질 수 있다. 하정우는 그 중간지점을 선택해, 유머와 진지함을 오가는 저승차사라는 다소 색다른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완성했다.

6. 하정우라는 배우가 남긴 것

<추격자>의 연쇄살인마 지영민, <국가대표>의 스키점프 국가대표 차헌태, <범죄와의 전쟁>의 조직 보스 최형배, <암살>의 하와이 피스톨, <신과함께> 시리즈의 강림까지. 이 이름들을 차례대로 떠올려 보면, 하정우는 한 가지 이미지에 갇힌 배우가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그의 연기에는 공통된 색채와 동시에, 작품마다 달라지는 결이 있다. 현실에서 바로 길거리에서 마주칠 것 같은 자연스러운 말투, 상황에 따라 미세하게 바뀌는 표정, 특유의 대사 리듬은 여러 작품에 걸쳐 반복되지만, 각 캐릭터의 성격과 감정은 겹치지 않게 만들어낸다. 이런 점 때문에 “하정우가 나오면 일단 믿고 본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따라 붙는다.

또한 그는 꾸준히 연출에도 도전하며, 배우로서만이 아니라 영화라는 작업 전체를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여왔다. 앞으로 어떤 작품에서, 어떤 얼굴로 관객 앞에 서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의 필모그래피만 보더라도 그의 이름이 한국 영화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하정우라는 배우가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 관객은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라는 기대를 품게 된다. 그 기대감 자체가, 이미 그가 지금까지 이뤄낸 결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