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홍은 ‘잘생김’이나 ‘강한 이미지’가 아닌 인간적인 온기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배우다. 주인공이 아니어도, 그의 캐릭터는 늘 강렬하게 남는다. 《응답하라 1988》의 정봉이처럼, 《족구왕》의 홍만섭처럼, 그는 낯익은 이웃 같은 얼굴로 등장해 어느새 관객을 울리고 웃기고, 때로는 생각하게 만든다. 이 글에서는 안재홍의 연기 여정과 그 안에 담긴 진심을 함께 따라가본다.

1. '족구왕'에서 빛난 연기의 가능성
안재홍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든 작품은 바로 영화 《족구왕》(2014)이다. 당시 이 영화는 저예산 독립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유쾌하고 재기발랄한 분위기로 입소문을 타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 중심에는 뚱뚱하고 평범한 군 제대한 대학생 '홍만섭'을 연기한 안재홍이 있었다. 그는 이 영화에서 ‘웃긴 캐릭터’를 넘어서 사회 속에서 소외된 청년의 자존감과 현실적인 고민을 그려내며 관객에게 깊은 공감을 안겼다. 특히, "족구는 내 인생이다!"라는 대사는 단순한 개그가 아니라 자기 존재를 증명하고 싶은 절박한 외침으로 다가왔다. 이 작품을 통해 안재홍은 ‘그냥 웃긴 조연’이 아닌 진짜 이야기를 품은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2. 응답하라 1988, 정봉이로 사랑받다
그의 대중적 인지도를 폭발시킨 작품은 바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었다. 극 중 그는 덕선이네 가족의 막내, 조용하지만 유쾌한 인물 ‘정봉이’를 맡았다. 정봉이는 특유의 말투와 엉뚱한 행동으로 웃음을 주지만, 장애를 가진 인물로서 섬세한 감정선과 가족애를 함께 보여주는 캐릭터였다. 안재홍은 이 복합적인 캐릭터를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특히 극 중 형과의 장면, 음악과 함께 흐르던 감정 씬은 시트콤과 드라마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그의 연기력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이 드라마 이후, 안재홍은 ‘개성파 배우’라는 타이틀을 넘어 ‘공감형 배우’, ‘사람 냄새 나는 연기자’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3.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는 독보적 캐릭터
이후에도 안재홍은 다양한 작품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했다.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에서는 조선시대 형사물의 유쾌한 조연으로, 《소공녀》에서는 무심한 듯 따뜻한 연인으로, 그리고 《해치지 않아》에서는 동물원 사육사에서 동물로 변신(!)하는 독특한 역할까지 소화했다. 2023년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에서 악역에 가까운 집착형 남성 ‘주오남’을 연기하며 완전히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었다. 특유의 뚝뚝 끊기는 말투와 무표정한 얼굴, 그리고 내면에 감춰진 어두운 감정까지 놀라운 몰입감으로 표현해 호불호를 떠나 강한 인상을 남기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안재홍은 늘 새로운 걸 시도하고, 자신의 이미지를 확장시키려는 배우다. ‘안재홍이니까’ 가능한 역할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 그의 진짜 존재감을 말해준다.
4. 안재홍이라는 사람, 그리고 앞으로
연기 외적으로도 안재홍은 겸손하고 성실한 태도로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다. 유명세에 휘둘리지 않고, 늘 작품 중심으로 자신을 관리하며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배우로서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대단한 배우가 되는 것보다, 오래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 말처럼, 그는 요란하게 치고 올라오기보다는 작품 속 캐릭터로 서서히 관객 마음속에 자리 잡는 배우다. 차기작으로는 보다 깊이 있는 드라마나 휴먼 시리즈 중심의 작품들이 논의되고 있으며, 그가 가진 생활 연기와 공감 연기가 어떻게 또 다른 감동을 만들어낼지 기대된다. 안재홍은 화려하진 않지만, 언제나 옆에 있어줄 것 같은 배우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안재홍을 좋아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