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은 빠르게 스타덤에 오른 배우는 아니다. 그러나 그녀는 매 순간 연기로 스스로를 증명하며 대중의 기대와 고정관념을 하나씩 부수고 있다. 강한 개성, 장르 불문 캐릭터 소화력, 그리고 무엇보다 ‘배우 이주영’만의 확실한 시선과 서사가 있다. 비슷한 얼굴이 넘치는 스크린과 TV 속에서 이주영은 늘 독립적인 자리에 서 있다. 그리고 그 자리는 점점 더 단단해지고 있다.

1. 단편과 독립영화에서 시작된 배우의 뿌리
이주영은 1992년생으로, 서울예술대학교 영화과 출신이다. 처음부터 조명을 받는 배우는 아니었다. 그녀는 학창 시절부터 단편 영화, 독립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에 대한 애정과 태도를 천천히 쌓아갔다. 2010년대 중반, 《봄이 가도》, 《꿈의 제인》 같은 작품에서 자신만의 색이 뚜렷한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독립영화계에서는 이미 주목받는 배우였다. 특히 《꿈의 제인》에서 보여준 성 정체성과 소외, 상처를 지닌 청춘의 내면을 표현한 연기는 ‘이주영이라는 배우는 다르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이 시기의 이주영은 대중보다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알려졌지만, 그 선택이 결코 잘못되지 않았다는 걸 지금의 그녀가 증명하고 있다.
2. ‘이태원 클라쓰’의 마현이, 편견을 깨는 힘
이주영이 대중적으로 얼굴을 알린 건 2020년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다. 그녀가 맡은 ‘마현이’는 트랜스젠더 여성 캐릭터로, 지금까지 한국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설정이었다. 이주영은 이 민감한 역할을 섬세하고 담담하게 표현해냈다. 극 중 마현이는 차별과 편견 속에서도 자신을 지키며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이주영은 과장 없이, 진심과 현실감을 담아 마현이를 연기했고 이 캐릭터는 단순한 소수자 역할을 넘어서 드라마의 정체성과 서사를 단단하게 지탱하는 축이 되었다. 많은 시청자들이 “마현이는 이주영이 아니면 안 됐을 것”이라 평가했을 만큼 그녀의 연기는 작품의 감정선을 조율하는 역할을 했다. 이 작품을 계기로 이주영은 ‘연기로 말하는 배우’라는 평가를 받게 되었다.
3. 틀에 갇히지 않는 캐릭터 선택
이주영은 자신을 반복하지 않는다. 《이태원 클라쓰》 이후 보다 쉬운 길을 갈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오히려 더 독특하고 실험적인 캐릭터를 선택했다. 영화 《야구소녀》에서 남자들 사이에서 꿈을 향해 나아가는 여자 야구선수 ‘주수인’ 역을 맡아 내면의 끈기와 현실적인 고민을 담담하게 표현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스포츠 영화가 아니라 ‘어떻게 꿈을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였고, 이주영은 이 인물을 통해 자신의 진지함과 가능성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또한 《보이스》, 《드림》, 《승리호》 등 상업 영화에서도 다양한 조연 캐릭터로 출연하며 장르물 속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녀는 자신만의 기준으로 캐릭터를 선택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얼굴을 만들어내는 배우다. 그리고 그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4. 지금의 이주영, 연기 그 자체로 살아가는 배우
지금 이주영은 화려하지 않지만 단단한 배우다. SNS에서도 자신을 꾸미기보다 현장과 연기에 집중하는 모습이 더 자주 보인다. 인터뷰에서도 “내가 아닌 인물을 살리는 것이 연기의 본질”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스타’보다는 ‘배우’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다. 최근작 《사랑한다고 말해줘》, 《끝내주는 해결사》 등에서도 현실적인 인물, 내면이 복잡한 여성들을 맡아 감정선의 디테일을 살리는 연기로 호평받았다. 이주영은 늘 ‘무언가를 보여주려는 연기’보다는 ‘무언가를 느끼게 하는 연기’를 선택한다. 그래서 관객은 그녀가 맡은 인물을 이주영이라는 배우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 느끼게 된다. 이주영은 지금, 자신만의 서사로 한국 배우계의 중요한 인물로 성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