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캐리는 한때 헐리우드에서 가장 잘 나가는 코미디 배우였다. 광기 어린 표정과 압도적인 에너지로 스크린을 휘어잡던 그는 《마스크》, 《덤 앤 더머》, 《에이스 벤츄라》 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웃음을 안겨줬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단지 웃기는 배우가 아니었다. 짐 캐리는 고통, 공허함, 자아에 대한 깊은 통찰을 가진 사람이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배우라는 정체성마저 내려놓으려는 철학자가 되어 있었다. 이 글은 그의 화려한 커리어와 그 뒤에 감춰진 내면, 그리고 현재의 짐 캐리를 따라가 본다.

1. 미친 듯한 에너지, 천재 코미디언의 탄생
짐 캐리는 1962년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자라며 자연스럽게 사람을 웃기는 것을 생존 수단처럼 여겼다고 한다. 10대 시절, 아버지의 영향으로 스탠드업 코미디에 빠졌고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무대에 서기 시작한다. 그리고 1980년대 후반부터 미국의 방송과 영화계에 얼굴을 비추며 그 특유의 ‘고무 얼굴(gumby face)’과 기괴한 표정, 몸을 아끼지 않는 익살로 주목을 받는다. 《에이스 벤츄라》(1994), 《마스크》(1994), 《덤 앤 더머》(1994) 세 작품으로 1년 만에 헐리우드의 스타로 떠오른 그는 당대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코미디 배우로 등극하게 된다. 그는 단순히 ‘재밌는 배우’가 아니라 캐릭터 그 자체가 되어버리는 몰입형 연기로 관객들을 압도했고,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2. 코미디를 넘어 진지함으로, 연기의 확장
짐 캐리는 성공 이후 더 넓은 연기의 폭을 고민한다. 코미디에 갇히고 싶지 않았던 그는 보다 깊은 감정과 인간 내면을 표현할 수 있는 작품에 도전한다. 1998년, 그는 피터 위어 감독의 《트루먼 쇼》에 출연하며 자신의 커리어에 큰 전환점을 맞는다. 이 영화에서 짐 캐리는 자신도 모르게 리얼리티 쇼 속에 살고 있던 남자 ‘트루먼’을 연기하며 자아와 자유의 본질, 사회가 감시하는 인간의 삶을 보여줬고 전 세계 관객들과 평론가들로부터 진지한 배우로서의 평가를 받기 시작한다. 이어 《맨 온 더 문》(1999), 《이터널 선샤인》(2004) 등 보다 깊은 감정선을 요구하는 작품에서 짐 캐리는 코미디적 이미지를 완전히 벗고 슬픔, 외로움, 자기 소멸 같은 주제에 몰입하는 배우로 거듭난다. 《이터널 선샤인》에서 보여준 그의 절제된 감정 연기는 코미디 연기로 쌓은 모든 이미지를 잠재우고, 짐 캐리라는 사람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준 대표작이 되었다.
3. 마음의 공백, 배우를 내려놓다
짐 캐리는 오랜 세월 동안 심리적인 고통과 싸워왔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우울증을 겪었고, 그 고통이 연기에도, 삶에도 깊게 영향을 미쳤다고 고백한 바 있다. 2015년, 오랜 연인이었던 캐서린 화이트가 사망하는 사건을 겪으며 그는 세상과 멀어졌다. 이후 몇 년간 짐 캐리는 공식적인 연기 활동을 거의 중단했고, 대신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내면을 치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더 이상 짐 캐리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버리고 ‘존재 자체로 살아가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은퇴 선언이 아니라, 자아에 대한 철학적 고찰에서 나온 표현이었다. 그는 유명세와 성공, 이미지가 오히려 진짜 자신을 잊게 만들었다고 토로하며 그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는 자세를 보여주었다.
4. 현재의 짐 캐리, 여전히 존재하는 울림
짐 캐리는 최근 몇 년 동안 소수의 작품에만 출연하고 있다. 영화 《소닉 더 헤지혹》(2020)과 속편에서 그는 오랜만에 익살스러운 캐릭터로 대중 앞에 섰다. 그의 등장은 반가움과 동시에 ‘짐 캐리는 여전히 짐 캐리다’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그는 이 작품 이후 사실상 은퇴를 선언했다. 2022년, 그는 “내가 해야 할 이야기는 다 했다. 지금은 고요함 속에서 나를 찾고 싶다”고 말하며 연기를 떠나있는 상태다. 대신 그는 철학, 미술, 영성 등에 더 관심을 가지며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고 있다. “나는 세상에 웃음을 줬고, 이제는 나 자신에게 진실하고 싶다.” 이 말처럼, 짐 캐리는 더 이상 스포트라이트가 아닌, 진짜 삶 속에 있다. 그가 다시 연기에 복귀할지, 아니면 조용히 사라질지는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짐 캐리의 얼굴은 웃음 속에 아픔을 품은, 그래서 더 진심이었던 표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