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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 필모그래피 다시 보기 – <명량>부터 <파묘>, <범죄와의 전쟁>까지

by 도도파파1120 2025. 12. 29.

배우 최민식은 한국 영화 이야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데뷔 초반부터 탄탄한 연기력으로 인정받아 왔지만, 본격적으로 대중의 기억 속에 강렬하게 자리 잡은 건 영화 <올드보이> 이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이후로도 그는 한 장르에 머무르지 않고, 역사극, 범죄 드라마, 스릴러, 최근에는 오컬트 요소가 가미된 작품까지 소화하며 늘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사용자님이 언급해 준 영화들 가운데, <명량>,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파묘>는 실제로 최민식이 중심에 서서 작품을 이끌어 간 대표작들이다. 반면, 제목이 함께 언급된 <봉오동 전투>의 경우 제가 알고 있는 정보 기준으로는 주연·조연 명단에 최민식 이름이 올라가 있지 않다. 그래서 아래 글에서는 실제로 출연한 작품들만 중심으로 정리하고, 독립운동·역사물 흐름 속에서 이름이 같이 언급되는 맥락 정도로만 <봉오동 전투>를 언급하는 선에서 정리하겠다. 허구로 역할을 끼워 넣거나, 출연하지 않은 작품에 배역을 붙이는 일은 의도적으로 피했다.

출처-나무위키

1. <명량> – 국민 모두가 기억하는 이순신의 얼굴

2014년 개봉한 영화 <명량>은 최민식을 전 세대 관객에게 다시 한 번 각인시킨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그는 말 그대로 ‘역사 속 이순신’을 스크린으로 끌어와야 했고,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인물을 새롭게 설득력 있게 만들어야 했다. 실제 인물을 연기한다는 건, 특히 이순신처럼 상징성이 강한 인물의 경우, 배우에게 큰 부담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최민식이 <명량>에서 보여준 이순신은, 교과서 속 위인이라기보다는 끝까지 버텨야만 하는 장수이자 한 사람의 인간에 가깝다. 전투를 앞두고 떨리는 눈, 모든 책임을 홀로 떠안고 있는 장수의 체념 섞인 표정, 그리고 결국 결전을 향해 돌진하기 직전의 단단한 눈빛까지, 감정의 폭이 매우 넓은 인물을 설득력 있게 끌고 간다. 이 영화는 당시 한국 영화 흥행 기록을 새로 쓰며 “명실상부한 국민 영화”라는 말까지 들었고, 그 한가운데에는 최민식의 이순신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흥미로운 점은, <명량> 속 그의 연기가 단순히 전투 장면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함대가 움직이기 전, 조용히 작전을 구상하는 장면이나, 병사들의 두려움을 마주하는 순간들, 심지어 가족을 떠올리는 짧은 호흡들까지,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이 인물이 어떤 삶을 지나왔는지 느껴지게 만든다. 그게 바로 최민식이 가진 힘이다. 큰 제스처보다, 작은 숨과 눈의 떨림으로 인물의 역사를 보여준다.

2.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 밑바닥과 권력 사이를 오가는 얼굴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는 2012년에 개봉한 범죄 영화로, 최민식은 이 작품에서 부산 세관 공무원 출신의 ‘애매한’ 인물을 맡았다. 정확히 말해 깡패도 아니고, 그렇다고 깨끗한 공무원도 아닌, 그 시대의 회색 지대에서 살아남으려 했던 한 사람을 연기한다. 이 인물은 조직폭력배와 정치권, 권력기관 사이를 오가며 줄타기를 하고, 결국 시대의 흐름에 말려 들어가는 인물이다.

이 영화에서 최민식의 연기는 어떤 의미에서 <명량>의 이순신과 정반대 축에 서 있다. 이순신이 시대에 맞서 버티는 인물이라면, <범죄와의 전쟁> 속 그는 시대에 자신을 맞춰 비틀며 살아남으려 애쓰는 쪽에 가깝다. 비굴한 웃음, 순간적으로 드러나는 욕망, 자기합리화, 그리고 결국 무너져가는 얼굴까지, 한 사람이 추락해 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이 인상적인 이유는, 최민식이 연기한 인물이 단순한 악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관객은 분명 그를 비난할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저렇게라도 버텨야 했던 시대가 있긴 했지”라고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 있다. 그 모순된 감정을 동시에 끌어내는 것이 배우의 힘인데, <범죄와의 전쟁>은 그 점에서 최민식의 장점을 아주 잘 드러낸 작품이다.

3. <파묘> – 최근작에서 보여준 미묘한 공포와 무게감

<파묘>는 2024년 개봉한 작품으로, 최민식이 비교적 최근 한국 관객에게 보여준 얼굴이 담긴 영화다. 작품 자체는 전통적 소재인 ‘묘’와 ‘풍수’에 오컬트·공포 요소가 더해진 형태로 알려져 있고, 그 안에서 최민식은 경험 많은 전문가 포지션의 인물을 맡아 이야기를 이끈다. (여기서도 구체적인 캐릭터 이름이나 세부 설정은, 제가 임의로 붙이지 않고 넘기겠다.)

그가 <파묘>에서 보여준 건, 단순한 공포 연기가 아니다. 공포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장된 놀람이나 비명 대신, “이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의 무게감이 중심에 깔려 있다. 말을 아끼지만, 표정과 호흡만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스타일이라고 보면 된다. 그가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 관객은 “지금 이 상황이 장난이 아니구나” 하는 기류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재미있는 부분은,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악마를 보았다>처럼 강렬한 폭발력을 보여주는 작품과 달리, <파묘>에서는 더 절제된 톤으로 공포와 긴장을 쌓아 간다는 점이다. 나이가 들수록 에너지가 줄어드는 배우도 많지만, 최민식은 오히려 연기 방식이 조금씩 달라지면서 새로운 무게 중심을 찾는 느낌이다.

4. <봉오동 전투>와 한국 영화 속 역사·전쟁 서사의 계보

사용자님이 함께 언급한 <봉오동 전투>는 독립군의 전투를 다룬 영화로 잘 알려져 있다. 다만, 제가 알고 있는 정보 기준으로는 이 작품의 주요 캐스팅에 최민식 이름은 올라가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그가 실제로 출연한 것처럼 배역을 설정하거나, 임의로 역할을 붙이는 내용을 적지 않겠다.)

그럼에도 <명량>과 <봉오동 전투>는 한 줄기 안에서 자주 같이 언급된다. 둘 다 실존했던 전투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기 때문이다. <명량>이 조선 시대 이순신 장군의 해전을 그렸다면, <봉오동 전투>는 일제강점기 독립군의 전투를 다루며, “우리가 어떤 싸움을 치르고 여기까지 왔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최민식이 직접 출연한 작품은 아니지만, 한국 관객이 역사와 전쟁 서사를 받아들이는 방식 속에서, 이런 작품들이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최민식의 <명량>이 그 흐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전쟁 영화 맥락에서 <봉오동 전투>와 함께 떠올려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다만, 어디까지나 “같은 계열의 작품으로 비교·언급되는 정도”이지, 출연작으로 나란히 놓을 수 있는 작품은 아니라는 점만 분명히 짚고 넘어간다.

5. 최민식이라는 배우가 남긴 것

<명량>, <범죄와의 전쟁>, <파묘>를 나란히 놓고 보면, 한 배우가 얼마나 다른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지 잘 드러난다. 역사 속 인물, 시대의 회색 지대에서 줄타기하는 인간, 그리고 보이지 않는 세계를 알고 있는 듯한 전문가까지, 각각의 작품은 전혀 다른 장르와 색깔을 띠고 있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최민식이 등장하는 순간 이야기의 무게 중심이 생긴다”는 점이다.

그는 대사나 감정 표현을 크게 밀어붙이지 않고도, 화면의 공기를 바꾸는 힘을 가진 배우다. 지금까지도 많은 감독과 배우들이 인터뷰에서 “최민식 선배와 함께 연기해 보고 싶다”는 말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단순히 유명하기 때문이 아니라, 같은 장면 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었을 때, 상대 배우까지 다른 얼굴을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앞으로 최민식이 어떤 작품을 선택하든, 관객이 기대하는 건 거창한 수식어가 아닐 것이다. 그저 “이번에는 어떤 사람을 보여줄까”,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감정을 끌어올릴까”에 대한 호기심에 가깝다. 이미 필모그래피만으로도 한 시대를 정리할 수 있는 배우이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그의 다음 작품들은 계속해서 기록될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