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태는 그 어떤 배역에서도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 악역이든 조연이든, 화면 속에서 그는 늘 중심에 있다. 강한 눈빛과 낮은 톤의 목소리, 그리고 무게감 있는 말투. 하지만 그의 진짜 매력은, 단순히 ‘강한 인상’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인물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깊이, 때로는 허를 찌르는 유머감각, 그 복합적인 매력이 허성태를 지금의 자리로 이끌었다. 그는 ‘존재감이 곧 연기력’임을 증명한 배우다.

1. 늦깎이 배우, 그러나 빠른 각인
허성태는 배우로 데뷔하기까지 꽤 긴 시간을 돌아온 케이스다. 부산 출신인 그는 한국외대 러시아어과를 졸업하고, 한동안 LG에서 해외영업 일을 하던 직장인이었다. 배우의 꿈을 놓지 못한 그는 35세가 넘은 나이에 SBS 예능 《기적의 오디션》에 출연하며 본격적인 연기 인생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화려하진 않았지만, 그는 작은 역할 하나에도 배우로서의 진심과 철저한 몰입을 담았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남자가 사랑할 때》, 《밀정》 등의 조연을 거치며 짧은 등장에도 존재감을 남기는 배우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의 강렬한 마스크는 스크린에 꽂히기 딱 좋은 얼굴이었다.
2. 《범죄도시》와 《오징어 게임》, 압도적 대중성 획득
허성태의 이름을 대중이 제대로 기억하게 된 작품은 영화 《범죄도시》의 '양태' 캐릭터였다. 잔혹하고 거친 인물의 속을 담담하게 연기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절제력 덕분에 현실감 있는 악역으로 각인되었다. 이후 그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서 '덕수' 역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오징어 게임》 속 허성태는 거칠고 이기적인 인간 본성을 드러내는 인물로, 그가 가진 내면 연기의 깊이와 폭발력을 동시에 입증한 계기였다. 이후 인터뷰에서 그는 “악역이지만, 덕수도 인간”이라며 단순히 악한 인물이 아닌 복합적 감정으로 접근하려 했다 고 밝혔다. 이런 태도가 그의 연기를 더 설득력 있게 만든다.
3. 장르를 넘나드는 배우, 웃음까지 되는 남자
허성태의 진가는 그가 단지 악역 전문 배우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빛난다. 그는 영화 《사냥의 시간》, 드라마 《괴물》, 《카지노》, 《재벌집 막내아들》 등 다양한 장르에서 액션, 스릴러, 휴먼드라마까지 자유롭게 넘나들며 그만의 색을 입힌 인물을 창조해냈다. 특히 예능 《놀라운 토요일》, 《유 퀴즈 온 더 블럭》 등에 출연하며 의외로 유쾌하고 소탈한 성격, 그리고 ‘말랑한’ 매력으로 화제를 모았다. 진지하고 무서운 역할 뒤에 숨은 솔직하고 인간적인 허성태를 보며, 팬들은 오히려 그의 연기를 더 이해하게 되었다. ‘허성태=무서운 배우’라는 공식은 이제 ‘허성태=진짜 사람 같은 배우’로 바뀌는 중이다.
4. 지금의 허성태, 다채로운 인물로 확장 중
최근 허성태는 단지 강한 인상의 캐릭터가 아니라 ‘복잡한 인간’을 표현하는 쪽으로 계속 확장 중이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는 기존의 강압적인 인물과 달리 계산적이고 야망 있는 재벌 2세 역할로 색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 2024년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도그 데이즈》,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 다양한 장르에 출연하며 더욱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연기는 나를 벗어나는 작업”이라며, 늘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것을 즐긴다고 말한다. 지금의 허성태는 '강한 배우'를 넘어서 ‘이야기를 이끄는 배우’로 진화 중이다. 앞으로 그가 만들어낼 캐릭터들은 더 인간적이고, 더 복합적이며, 무엇보다 더 기억에 남는 인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