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현봉식은 주인공 옆에서 이야기를 지탱하며 때론 흐름을 전환시키는 ‘보이지 않는 중심’과 같은 배우다. 누구보다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극을 이끄는 그의 연기에는 인물의 체온과 현실감이 담겨 있다. 드라마, 영화, 무대를 가리지 않고 자신만의 진정성을 담아 캐릭터를 쌓아온 배우 현봉식. 그는 단역부터 시작해, 지금은 없으면 허전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1. 무대에서 시작된 연기, 단역의 깊이를 알다
현봉식은 연극 무대를 기반으로 연기 내공을 쌓은 배우다. 서울예술대학교 연극과를 졸업한 그는, 대학로를 중심으로 오랜 시간 연극계에서 활동하며 인물의 감정 흐름을 설계하는 방법을 익혔다.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200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으며, 《육룡이 나르샤》, 《터널》, 《비밀의 숲》, 《보이스》, 《나의 아저씨》 등에서 짧은 등장에도 강한 인상을 남기며 ‘그 배우 누구야?’라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초창기에는 경찰, 조폭, 형사 등 주로 강한 인상을 주는 캐릭터를 많이 맡았지만, 점차 인간적인 면모, 유머, 슬픔을 함께 보여줄 수 있는 입체적인 연기로 신뢰감을 얻게 된다. 무대에서 다져진 발성과 감정 조절력은 화면에서도 그대로 살아 있었고, 그는 장면마다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인물을 만들어냈다. 현봉식은 단역이라도 그 인물이 왜 존재하는지 설득시킬 줄 아는 배우였다.
2. 드라마와 영화, 장르 불문 연기의 유연성
현봉식은 TV와 영화,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그가 자주 등장하는 장르는 스릴러, 범죄물, 느와르, 휴먼 드라마다. 하지만 특정 장르에 갇히지 않고, 매번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따뜻함과 현실감 있는 대사로 시청자에게 ‘내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으로 다가왔고, 《빈센조》에서는 극의 중심을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도 유머와 생활력을 담아낸 인물로 활약했다. 또한 《태종 이방원》, 《악귀》, 《카지노》, 《모범택시》 등에서 다양한 시대와 배경, 역할을 오가며 강단 있는 캐릭터부터 인간적인 서사까지 유연하게 소화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범죄도시》, 《오징어게임》, 《목격자》, 《검은 사제들》, 《자산어보》 등에 출연하여 대형 상업 영화부터 독립영화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그는 단지 장르에 맞는 연기를 넘어, 이야기를 지탱하는 무게감을 연기하는 배우다.
3. 얼굴보다 감정이 기억되는 배우
현봉식은 대중에게 얼굴보다는 감정이 먼저 기억되는 배우다. 특정 장면, 특정 대사의 여운이 오래 남는 이유는 그의 연기 속에 삶의 흔들림과 멈춤이 있기 때문이다. 카리스마 있게 등장하다가도, 어느 순간 눈빛 하나로 인물의 아픔을 드러내고, 유머를 주고받는 씬에서도 어색하지 않게 리듬을 맞춰낸다. 그의 연기는 기술보다는 경험과 진심에서 비롯된 정직한 표현이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연기는 내 말과 몸으로 관객을 설득하는 일”이라며, 단순한 대사 소화가 아닌 감정과 공기의 흐름까지 계산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자세는 단순한 ‘명품 조연’을 넘어, 극의 감정선 자체를 조율하는 배우로서의 입지를 만들어냈다. 현봉식은 누구보다 보통처럼 연기하지만, 누구보다 깊게 남는 배우다.
4. 지금의 현봉식, 그리고 앞으로의 여정
최근 현봉식은 OTT와 영화, 드라마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카지노 시즌2》, 《악귀》, 《나쁜 엄마》, 《이두나!》, 그리고 넷플릭스 시리즈 등에도 출연하면서 그 존재감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 또한 연극 무대 복귀도 간간히 이어가며, 본질적인 연기의 뿌리를 놓지 않고 있다. 그는 현재도 “내가 배우로서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지 매일 고민한다”고 말하며, 매 작품마다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을 소모하고 재창조하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주연도 조연도 아닌, 그 자체로 필요한 배우. 현봉식은 ‘없으면 안 되는 배우’가 아니라, ‘있기에 더 깊어지는 배우’다. 그의 다음 장면이 기대되는 이유는, 단순히 연기가 좋아서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사람의 온도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